방화로 판단할 수 있는 정황 증거를 살펴보고자 한다. 현장에서 진행되는 화재의 형태를 보고, 그리고 정황을 보고 방화여부를 직감할 수 있는 증거들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급격한 연소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할 무렵 이미 불길이 처마 전체를 집어삼킨 경우가 있다. 소방대는 신고 받고 5분에서 늦어도 10분 사이이면 대부분 도착한다. 그럼에도 이미 건물의 대부분이 화염에 노출되어 있다면 방화를 의심한다. 평상시 건물 내부에 가연물이 많아 연소확대가 빠른 경우라면 예외일 수 있다. 옷을 파는 상점, 목재 가구 전시장, 스치로폼을 쌓아둔 창고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물들은 작은 공간과 공간으로 구획되어 있다. 이는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불과 5분~10분 이내에 전체 건물로 연소가 확대되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가 유류나 다른 가연성 물질을 사용해서 건물 전체에 방화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화재가 날 원인이 없음
창고 내에 가연성 물질이 있다고 해도 화재가 발생할 원인이 없다면 방화를 의심한다. 전기가 들어와 있지 않은 창고나 퇴근할 때 메인 전원을 차단한 상태라면 전기에 의한 발화원인은 제외한다. 불연성 석재나 철근 등만 존재하는 창고라면 이러한 재료들이 화재 원인이 될 수 없다.
다만, 톱밥이나 깻묵 등이 쌓여있어서 내부 깊숙한 곳에서 열이 축적됨으로 인해 자연발화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물병이나 거울 등에 의해 빛이 반사되어 돋보기 역할을 함으로써 그 집약점에 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자연발화와 수렴화재를 제외하고는 저절로 불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화재가 발생할 원인이 없는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방화를 의심하라.
여러 곳에서 동시 발화
보험금을 노린 방화의 특징은 건물의 일부가 타는 것이 아닌 건물 전체를 태우는 것이다. 그래야 원하는 만큼의 보험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방화범은 건물 전체에 피해를 입히기 위해서 2~3곳 이상의 장소에서 화재를 발생시킨다. 처음 화재를 목격한 목격자의 증언, CCTV에 찍힌 화재의 진행에 따른 불길의 이동상황, 최초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의 판단 등 화재가 여러 곳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으로 판단되면 방화로 의심하라.
연쇄적 화재 발생
하나의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다른 건물에서도 화재가 발생하고 이어서 또 다른 건물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는 연쇄적 화재라면 방화로 의심하라. 방화범의 이동 동선에 따라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다. 방화범은 한 곳에서의 방화로 만족하지 않고 이동 동선에 있는 다른 건물에도 방화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휴일 중 발생한 화재
모두가 퇴근한 심야시간대, 출근하지 않는 휴일 등에 발생한 화재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 방화범이 근무자가 없는 시간대를 골라서 방화를 한 것이다. 근무자가 있는 상태에서는 본인의 행위가 발각되기 쉽고, 몰래 방화를 한다 하더라도 빨리 발견되어 소방대에 신고가 되어 조기에 진압되므로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 또한 사람이 있으면 보험금을 타는 것보다도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방화범은 근무자가 없는 휴일이나 심야 시간대를 골라서 방화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근무자가 없는 심야 시간대나 휴일 중에 발생한 화재에는 방화의 개연성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리모델링 또는 수선 중 화재
특히 가게나 점포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론 리모델링이나 수선 중에는 화재의 개연성이 많다. 목재를 갈고 다듬고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톱밥과 목재류의 산재, 페인트 작업을 위한 도료와 신나의 존재, 새로운 진열대 및 철재류 장식을 위한 용접작업 진행 등 수많은 요인이 존재한다. 이건 작업 중에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작업 시간이 아닌 경우에 발생하는 화재는 의심해야 한다. 근처에 경쟁 상대가 되는 점포에서 동종 업종이 입점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해당 수선 중인 가게에 방화를 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화
화재의 시작 장소 즉 발화 장소가 은폐된 곳 또는 일반적인 시야에서 가려져 있는 곳이라면 방화를 의심하라. 평소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방화범이 접근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면 안되기 때문에 남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곳에 방화를 하는 경향이 높다. 특히 CCTV에 정면으로 찍히지 않는 장소, 창고의 내부, 목재 쌓아놓은 뒤편, 계단 아래, 사람들이 잘 출입하지 않는 지하 공간 등이 방화범이 좋아하는 장소다. 이런 공간에 가연물이 모여져 있는 상태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이는 방화일 확률이 높다.
평상시 없던 가연물이 존재
“창고 내부에 신문을 쌓아둔 일이 없습니다. 어제 차량을 주차할 때 차량 타이어 부근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지하실에 저런 모양의 의자를 둔 적이 없습니다.” 현장에서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평상시 없었던 가연물이 존재하고 그 곳에서 화재가 시작되었다면 방화를 의심하라. 관계자가 가연물을 놓아두었는지 여부에 대해 정확한 기억을 못할 수도 있지만, 조사관이 판단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가연물이 존재하고 그 곳에서 최초 화재가 시작되었다면 방화일 확률이 높다.
싸우는 소리가 났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
화재가 발생하기 전 해당 주택에서 아니면 술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났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있으면 방화를 의심하라.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싸울 수도 있다. 그런데 싸움이 있은 후 화재가 발생했다면 방화일 개연성이 높다. 싸움은 감정을 격하게 만들고 그 감정을 이기지 못하면 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범죄는 살인, 상해, 기물파손 등이 될 수도 있고 방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주변 거주자들의 진술에서 싸우는 소리나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면 방화를 의심하라.
발화 지연장치의 발견
방화범은 노출되는 것을 싫어한다. 남들에게 직접 자신이 내보여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시간에 누가 건물에 남아 있었다는 진술을 듣는 것도 싫어한다. 그리고 깊숙이 관계된 사람일수록 의심을 받을 여지가 많기 때문에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할 필요도 생긴다. 그래서 지연장치를 사용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폭발하게 하거나, 뭔가가 작동하게 하는 장치를 말한다. 촛불, 모기향, 성냥, 타이머 등이 그 예이다. 최초 발화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 지연장치의 흔적이 존재한다면 방화범의 소행이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글 내용 중에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거나,
더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저를 일깨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방공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범죄 은폐를 위한 방화의 증거들 (20) | 2021.02.19 |
---|---|
경제적 이익을 노린 방화의 증거들 (42) | 2021.02.18 |
현장에서 사람의 상태를 보고 방화를 판단하는 정황 증거 (48) | 2021.02.15 |
유류를 사용한 방화라는 판단 증거 (61) | 2021.02.14 |
핫팩에서 열이 발생하는 원리 (100) | 2021.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