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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학

화재 시뮬레이션 믿고 사용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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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건물이나 영화관 등 불특정 다수인 출입시설에 대한 성능위주설계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화재 시뮬레이션(Fire Simulation)이라는 용어이다. 성능위주설계를 하는 곳에서는 화재 시뮬레이션과 피난 시뮬레이션을 사용하여 소방시설과 피난시설을 설계한다. 성능위주설계에 있어 화재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으므로 해당 건축물의 안전 시스템에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화재 시뮬레이션은 생각보다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한계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더 나은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능위주 설계가 필요한 대형 건축물들

화재 시뮬레이션이란?

. 개요

대형 건축물을 상대로 실물 화재 실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당 건물이 건축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크기의 건물에서 실제 화재를 발생시켜 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므로 컴퓨터의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일정 부분에서의 화재 발생을 가정하여 화재의 확산에 따른 소방시설의 작동 그리고 피난을 위한 사람들의 이동 등을 파악해 보는 것이다.

 

. 세부적으로는

해당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가정하여 화염의 확산 방향을 예측하고, 열과 연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실내 온도의 가스량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전실화재 도달시간은 언제인지 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감지기와 자동소화설비를 설치하였을 때 어느 정도의 시간에서 동작하여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지, 그 시간 내에 재실자들은 대피가 가능한지 등을 파악한다. 그 결과 값이 설정 값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관련 시설을 수정·보완하여 소방시설의 효용성과 피난 구조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것을 화재 시뮬레이션이라 한다.

 

 

화재 시뮬레이션의 한계

. 공학적 계산에 의한 예측이다.

화재 시뮬레이션은 대부분 값을 적용시켜 계산이 된다. 하위 단위목록에서 가연물의 종류 등을 선택하더라도 역시 값을 선택하는 것과 동일한 상황이다. 그래서 모든 것은 시뮬레이션에서 미리 설계해 놓은 공학적 계산을 통해 이루어진다. 수많은 실험을 통해 미리 값들이 책정되어 있고 그 값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지만 이는 예측일 뿐이다. 실제 현장 상황은 다를 수 있다.

 

. 실제 시공자재 및 가연물의 종류가 다를 수 있다.

건축물 설계 당시에 사용하고자 하는 시공자재는 거의 대부분 지켜진다. 하지만 건축주의 의도에 따라 시공자의 목적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또한 실내 가구 및 침대 등의 크기와 위치도 바뀐다. 처음 설계에서는 예상하지 않았던 각종 가구류 및 기구류 등이 배치가 된다. 설계 이후 건물이 준공되고 나면 영업주의 의도에 따라 실내 장식이 별도로 이루어진다. 화재 시뮬레이션을 구동할 때의 상태와 실제 현장의 상태는 분명히 달라져 있다는 것이다.

 

. 거주자의 행동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피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면서 이전에는 다수 인원 수만 적용하던 시스템에서 이제는 각 개인들 마다 특성값을 지정해 줄 수 있다. 일반 성인, 노약자, 어린이, 장애인 등 서로 다른 값을 지정하여 피난 시뮬레이션을 작동시키는 등 엄청난 발전이 있다. 하지만 이것역시 시뮬레이션일 뿐이다. 실제 현장은 다양하므로 꼭 컴퓨터 시뮬레이션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지구경종이 울리고 시각경보기가 깜박인다고 해서 모두 일어나 대피를 시작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이리 저리 둘러보고 웅성대면서 시끄럽다고 사이렌 소리 좀 끄라고 하는 것이 실제 현실이다.

 

. 모든 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화재 시뮬레이션을 하는 당시와 건물이 준공되고 난 이후는 벌써 시간이 2년 이상 흘러있다. 건물이 준공된 이후 사용되는 동안 모든 시스템은 노후되고 고장나기 시작한다. 감지기도 노후화 되면 성능이 저하되고 때로는 오작동을 일으키기 시작하고, 이에 관계자는 수신반에서 자동소화시설의 연동 정지 스위치를 눌러놓기 시작한다. 제연설비의 배기팬도 처음 설치되었을 때와 시간이 흐른고 난 후 성능이 달라지고 덕트는 누기가 발생하여 압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 자동으로 개폐되어야 할 MD는 먼지에 압착하여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믿었던 공조설비도 제연역할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다.

화재 시뮬레이션에서는 스프링클러설비가 정상 작동하여 화재를 진압하기 시작했던 것과 달리 헤드에서의 Lodgement 현상이나 Skipping 현상으로 인해 소화수가 일정 부분을 담당하지 못할 수도 있고, 고장에 의한 수리중이어서 아예 작동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화재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때에는 스프링클러 설비등의 자동소화설비를 비롯한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가정하에 수행하기 때문에 실제 상황과 다를 수밖에 없다.

 

. 건물의 Passive System 상태도 변한다.

처음 준공시에는 넓고 큰 사무실이었던 공간이었는데, 사용자의 편의에 의해 사무실의 분리 또는 창고의 부족으로 인해 작은 공간으로 구획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교차회로 감지기는 중간 구획된 벽으로 인해 그 기능을 잃어버려 스프링클러와 같은 자동소화설비가 작동하지 않는다. 당연히 방화구획을 이루어야 할 방화문의 개폐상태도 문틀과 문 자체가 틀어져 제대로 밀착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편의에 의해 방화문을 말발굽 등으로 고정하여 자동으로 폐쇄되지 않도록 개방시켜 놓는다. 화재 시뮬레이션에서는 모든 것이 정상적이고 문제없이 작동되어 열과 연기를 차단했는데도 말이다.

 

.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입력 값의 수정이 가능하다.

화재 시뮬레이션은 특별히 정해진 기준이라는 것이 없다. 시나리오 6가지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3개 이상의 화재 상황을 가정하여 시뮬레이션을 구성한다. 그런데 그것이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관에서의 화재를 가정할 때 생각하기에 따라 스크린에서의 화재가 위험하다고 할 것인지, 객석의 의자가 위험하다고 할 것인지, 영화관 내 커피숍이나 간이음식점에서의 화재가 위험하다고 할 것인지 등 결정된 것이 없다. 수행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정도는 수행자에 의해 원하는 값이 나오지 않는 것은 배재하고 충족된 값을 얻어내기 쉬운 것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헛점이 있다.

 

영화관 내부의 모습 (출처 : 블로그 투명인간)

화재 시뮬레이션은 컴퓨터에 의한 예측일 뿐이다.

화재 시뮬레이션은 건물이 실제 준공되기 전에 위험성을 미리 파악하고 소방시설의 설치와 필요한 시스템의 연계성 그리고 피난 가능성 등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소방 법령에 맞는 소방시설을 구현하는 것만으로는 화재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건축물에 대하여 더 세심하게 안전을 확보하자는 측면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문제뿐만 아니라 화재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수행자의 시뮬레이션 수행 숙련도와 화재현장 경험에 따라 적용 방향이 달라진다. 개구부가 개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열과 연기의 흐름을 예측하였는데 화재 당시에 해당 개구부의 방화문이 열린 상태로 존재하거나 유리창이 파괴되는 경우에도 화재 시뮬레이션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배관이나 덕트가 지나가는 슬리브를 내화성능의 있는 물질로 완전히 밀폐하여야 하나 실제 현장이 그러하지 않은 경우에도 화재 확산 성상은 달라진다. 그러므로 화재시뮬레이션에 의해 설계한 것이므로 이 건물은 안전하게 설계되어 있다 라고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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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글 내용 중에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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