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압식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서 발생하는 Vapor Delay Time

Vapor Delay Time이란?

가. 개념

소화약제가 방출될 때 액체가 기화되면서 마찰손실로 인해 배관에서의 액체 이송이 지연되는 시간을 말한다. 저압식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서는 저온으로 저장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소화약제가 배관으로 방출될 때 배관으로부터 열을 흡수하여 액체가 기화한다. 기화된 이산화탄소는 부피가 팽창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액체가 배관을 통과하는데 방해를 함으로써 헤드에서 이산화탄소 액체 소화약제의 방출이 늦어지게 된다. 이렇게 지연되는 시간을 Vapor Delay Time이라고 한다. 종합하면, 소화약제 저장용기에서 소화약제가 방출되는 시점으로부터 방호구역의 헤드에서 액상 이산화탄소가 주를 이루며 방출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나. 소화에 미치는 영향

교차회로 방식으로 설치된 감지기에 의해 화재를 인식하게 되면 지연장치에 세팅된 시간을 지나 소화약제 저장용기가 개방된다. 그런데 배관 내에서 기화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마찰손실이 커지고 액체가 배관 내부를 이동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실제 헤드에서 액상의 소화약제가 주를 이루며 방출되는데 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Vapor Delay Time이 길어질수록 방호구역에는 소화농도 도달 시간이 늦어진다. 화재 발생 초기에 소화농도를 이루지 못하고 한참 지나서야 소화농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므로 화재의 초기 소화에 실패한다는 의미이다.

 

저압식 저장용기실의 부속 밸브

저압식에서 발생하는 이유

가. 낮은 저장 온도

Vapor Delay Time은 고압식에서도 발생한다. 그러나 고압식은 저장 온도가 저압식에 비해 높고, 소화약제의 저장압력과 저장용기에서의 출발압력이 강하므로 실제 이 시간은 저압식에 비해 의미를 두어야 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저압식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서는 소화약제가 자동냉동장치에 의해 –18℃ 이하로 저장된다. 저장용기에서 2.1Mpa의 압력으로 액체 상태로 저장되어 있던 소화약제가 방출되기 시작하면 대기압의 압력인 배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때 배관의 온도는 상온인 21℃이고 이산화탄소의 온도는 –18℃ 이므로 배관에서 열을 흡수하여 이산화탄소가 기화되기 시작한다.

기화된 이산화탄소는 체적이 팽창하여 배관 내에서 마찰손실과 저항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로 인해 액체 이산화탄소가 배관을 통과하는데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관이 이산화탄소의 포화온도로 냉각될 때 까지 액화된 이산화탄소는 지속적으로 기화되면서 마찰손실을 유발하게 된다. 그래서 액체 이산화탄소 소화약제가 헤드에 도달하는 시간이 늦어지게 되고, 헤드에서 액체 이산화탄소 소화약제가 본격적으로 방출되는데 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나. 대형 저장용기와 방호구역간의 거리

고압식 및 저압식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모두 저장용기실을 따로 설치하는 특성이 있다. 화재안전기준에서 방호구역 내에 설치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설치하는 특정소방대상물에서는 대부분 별도의 소화약제 저장용기실을 설치하고 있다. 소화약제 저장용기실은 방호구역 근처에 설치되지 못하고 건물의 주요 용도 근처가 아닌 지하층이나 외진 곳에 설치되는 특성이 있다. 그렇다 보니 방호구역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특성 때문에 배관의 길이가 길어지고, 길어진 배관 내에서 배관의 온도를 흡수하여 기화되는 양이 많아지며, 이송 경로가 되는 배관 전체를 이산화탄소의 포화 온도로 냉각시켜야 하므로 이 시간도 길어져 Vapor Delay Time도 길어지는 것이다.

 

저압식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저장용기

 

 

Vapor Delay Time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

가. 낮은 저장 온도

소화약제 저장용기에 저장되는 낮은 저장온도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저압식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18℃ 이하로 저장되므로 저장용기에서 방출되자마자 상온의 배관과 접촉하게 된다. 방출된 이산화탄소 소화약제는 배관에서 열을 흡수하게 되고 기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 배관의 길이

배관의 길이는 곧 저압식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소화약제 저장용기실과 방호구역과의 거리에 관한 문제이다. 배관의 길이가 길수록 기화되는 양이 많아지고, 배관 내에서의 마찰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액상의 이산화탄소 소화약제가 헤드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늦어진다.

 

다. 배관 및 실내의 온도

배관의 온도가 영향을 준다. 여름철과 겨울철의 배관 온도는 다르다. 여름철 우리나라의 실내 온도는 35℃ 이상까지도 올라가고 겨울철에는 –10℃ 까지도 내려간다. 이는 방호구역에 이르는 실내의 온도와도 연관이 된다. 실내가 냉방 및 온방 장치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실내와 배관의 온도는 비슷하다. 그러므로 배관의 온도가 높아지는 여름철에 Vapor Delay Time이 더 길어지게 된다.

 

라. 배관의 중량과 용적

배관의 중량이 무겁다는 것은 배관의 스케줄이 크다 즉, 두께가 두껍다는 것과 연관성이 있다. 배관의 용적이 크다는 것은 배관의 중량이 무거워 진다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다. 배관의 재질이 같다면 중량이 무겁고 두께가 두꺼우며 용적이 큰 배관일수록 Vapor Delay Time은 길어진다.

 

저압식 저장용기에 설치된 안전밸브

Vapor Delay Time을 줄이는 방안

가. 저장용기실과 방호구역을 가까이 설치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방호해야 하는 구역은 가연성 액체를 저장하는 곳 또는 전기실, 발전실, 박물관, 심부화재가 예상되는 창고 등 대부분 중요한 곳이다. 특히 저압식의 경우에는 대용량의 소화약제가 필요한 곳이므로 저장용기 탱크를 크게 설치한다. 저압식의 경우에는 방호구역과 저장용기의 탱크를 최대한 가깝게 설치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배관의 길이를 짧게 해주어야 한다.

 

나. 배관의 스케줄을 작게

고압식의 경우에는 배관의 스케줄이 80 이상이지만 저압식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스케줄 40 이상의 압력배관용 탄소강관(KS D3562)을 사용한다. 스케줄을 낮추어 배관의 두께와 중량을 줄여 배관이 빨리 냉각되도록 하여야 한다. 배관의 호칭구경이 20mm 이하인 경우에 배관의 스케줄을 40 이상인 것으로 낮춘 이유도 동일한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다. 실내 냉방장치 설치

겨울철에는 실내 온도가 내려가므로 배관의 온도도 내려가지만, 여름철이 문제다. 한 낮의 햇볕으로 실내 온도가 올라가면 당연히 실내에 설치된 배관의 온도도 올라간다. 배관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저온의 이산화탄소 소화약제는 배관에서 열을 흡수하여 기화되는 양이 많아진다. 그러므로 여름철에도 실내와 배관을 일정 온도 이하로 냉각할 수 있도록 실내 냉방장치를 가동하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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